2-7.걷고 쉬고 또 걷고...
아침이 밝았는데 오늘 아침은 무거운 구름이 하늘을 드리웠다. 전형적인 우기의 모습이라고 한다. 한두차례 소나기가 내릴 듯 보인다. 진한 먹구름과 파란하늘이 섞인 화이트 비치의 하늘을 보게 되었다. 파도는 오히려 더 높지 않아 보인다.
새벽 산책을 마치고 아침을 먹으로 리조트로 돌아왔다. 야자나무로 둘러싸인 리조트 풀장과 풀바, 그리고 비치베드, 의자들을 직원들이 아침부터 정리하고 있다. 7시가 안되었지만 해가나와 더워지기 전에 정리하는 게 일상인 듯 보인다. 리조트 앞을 항상 왔다 갔다하는 강아지 한마리가 오늘은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모래사장을 터벅터벅 산책하듯 돌아다니더니 내앞에 와서 이쁘게 앉아 같이 해변을 바라본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밥 먹기 전 보이던 파란하늘이 사라지고 저멀리만 보이던 먹구름이 다시 화이트비치 하늘을 덮어버렸다. 해변에 앉아 멍하니 앉아 있으니 지난 번 호핑투어 호객꾼이었던 아델이란 친구가 다가온다. 호핑투어는 잘했냐는 둥 오늘은 다른 거 안할거냐는 둥 물어본다. 호핑투어때 낚시를 위한 미끼를 사준다고 해놓고 빼먹었던 기억이 나서 그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그럴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미안해 한다. 정말 미안한 건지 연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오늘 뭘 하면 조금 깎아서 잘 해주겠다고 한다. 오전에 특별하게 계획한 것도 없고 해서 파라세일링이나 스킨스쿠버를 하겠다고 하고 흥정을 했다.
흥정을 잘 마치고 오전에 발라복에서 만나자고 했더니 갈때 말하면 태워다 주겠다고 한다.
아침에 리조트 해변과 풀에서 쉬며 놀다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어 발라복으로 가서 놀다보니 오전이 다갔다.
발라복에서 나올때 리조트로 태워다 주겠다고 하는데 그냥 걸어나오기로 했다.
발라복에서 걸어나오는 길에서 집안에 jack fruit이 주렁 주렁 열려있는 게 보인다. 먹기만 했지 나무에 열려 있는 건 처음봤다. 두리안이랑 맛과 향이 비슷한 것 같은데 조금 다른 맛을 내는 것 같기도 하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 처럼 깨끗하게 지어 놓은 교회도 있고, 아름다운 꽃과 담쟁이로 장식해 놓은 정원들도 보인다.
해변으로 나오려고 터벅터벅 걷다보니 디몰을 또 지나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많지 않다. 옷가게에 세워둔 마네킹이 오늘 따라 호텔에 리셉션에 있던 도리라는 친구와 닮았다. 레몬카페도 낮엔 한산하다. 디몰에 있는 30페소 내고 타는 놀이기구는 언제 돌아가는 지 멈춰서있다.
디몰에서 군것질도 하고 디딸리빠빠에서 건망고도 좀 사고 돌아다니다 해변을 걸어 다시 리조트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리조트 해변에 누워 푹 쉬기로 했다.
한가로운 오후의 열대 해변을 만끽하며 리조트 비치베드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간간히 햇볕이 나기는 하지만 오늘은 구름이 대체로 많은 편이다.
물에서 놀다 비치베드에서 쉬다를 반복하다보니 시간이 좀 흘렀다. 저 멀리서부터 구름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다. 오늘 일몰도 구름과 함께 멋진 장면을 연출할 것 같다.
해변에 오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해가 지려니 리조트로 돌아가는 사람들과 리조트에 있다가 메인스테이션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노을을 보려고 해변에 오랫동안 앉아있다보니 뒤에서는 벌써 저녁 부페를 준비하고 있다. 저녁시간이 다 되었다 보다. 모래에 앉아 동네 아이들이 모래 조각을 만드는 것처럼 만들어 보려고 모래를 다듬어 보는데 잘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열심히 만들어 놓고 돈받고 사진을 찍어주거나 찍게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해가지면서 옷을 갈아입고 우리도 메인스테이션으로 발길을 향했다. 주말보다는 확실히 사람들이 줄어든 것 같다. 오늘은 True Food에서 인도음식을 먹어볼까 하고 나갔는데 오늘 직원들과 아웃팅을 나가서 휴무란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어제 먹은 빠에야가 눈에 아른 거려 다시 올레로 향했다. 오늘은 매운맛으로 모듬 빠에야를 시켰다. 눈으로 몸으로 먹은 보라카이가 너무 배가 불러 음식을 입으로 먹지 않아도 뇌는 이미 포만감이 그득하다. 올레 앞으로 옆으로 식당가가 혼잡해지기 시작한다.
친숙한 한국말이 들리길래 봤더니 패키지로 오신분들이 무리를 지어 가이드를 따라 다니며 식당과 디몰 투어를 하고 계신다. 우기에는 한국사람들과 중국사람들이 보라카이를 먹여살린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보다.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다 음료 메뉴를 보니 깔라만시 쥬스가 있다. 쉐이크는 없다고 하는데 주문하면 만들어 준다고 한다. 그래서 깔라만시 주스와 쉐이크를 주문했는데 그중 쉐이크는 깔라만시를 껍질 채 얼음과 갈아서 만들었는데 먹어본 쉐이크 중에 제일 맛있다. 오징어 먹물 빠에야와 함께 깔라만시 쉐이크는 돌아가도 계속 생각날 것 같다.
드디어 모듬 빠에야가 나왔다. 음식을 떠주시는 분께 오늘은 박박 긁어 달라고 했다. 모듬 빠에야는 맵게 해달라고 해서 매콤하고 맛있긴 한데 좀 짜게 만들어졌다. 어쨌든 먼저 먹었던 오징어 먹물 빠에야가 훨씬 맛있는 것 같다.
이렇게 또 맛있게 밥을 먹고 식당을 나왔다. 보라카이 리젠시 앞을 지나다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 디몰 화장실은 5페소를 내는 유료 화장실인데 리젠시에 한 번 묵어보니 친숙해져서 그런 지 가끔 지나다 화장실을 들르곤 했다. 매일 매일 많은 사람으로 활기찬 보라카이의 해변길과 주위의 카페와 바 역시 돌아가면 계속 그리울 것 같다.
처음 와서 밤해변길을 걸을 때 초저녁에 실같은 초승달이 지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일주일 넘게 지내니 달이 많이 차올랐다. 해변 야자나무에 달아 놓은 리조트 들의 조명들도 멋스러움을 자아내고 있다. 조금 흠이라면 리조트 해변 식당이나 바에서 너무 크게 음악을 틀어놓아 가끔은 너무 시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시끄러움 마저도 사람들은 즐기며 다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달빛이 바다에 비쳐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밤에 다른 섬으로 배를 타고 모험을 떠나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보라카이에서의 마지막 밤은 해변에서 펼쳐지는 불쇼와 사람들의 함성, 음악소리와 함께 깊어가고 있다.
해변에 남은 수많은 발자국들을 바라보며 나는 몇 개의 발자국을 남겼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보라카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남기기위해 밤이 깊도록 해변을 걸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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