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아주 오래전 사진들 속에서 "그래 여기에 가봤었지..." 라는 탄식을 자아내는 사진이 있다.
사진 속 날짜를 보니 94년,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미 서부를 여행하다 우격다짐으로 가게되었던 그 곳...
사실 미 서부 여행을 하다보면 아리조나까지 들어가기는 쉽지 않고 더우기 모뉴멘트 밸리를 가볼 기회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네바다에서 수백킬로미터를 달려 도착한 그 곳, 모뉴멘트 밸리. (monument valley)
같이 가게되었던 사람들을 설득하고 설특하여 지평선이 보이는 고속도로를 수백킬로미터를 달려 도착한 모뉴멘트 밸리, 나중에 모두 가자고 억지부려줘서 고맙다고들 했다.
사실 아주 오래된 기억이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쉽게 갈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가보는 곳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꼭 한 번 다시 가봐야 겠다고 마음을 굳히는데 언제나 가 볼 수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기로 했다. 네바다에서 수백킬로미터를 달려 모뉴멘트 밸리 입구에 도착하니 황량한 사막에 버거킹 건물이 하나 서있었다. 햄버거를 하나 먹고 가려고 들어갔더니 인디언들로 꽉 차 있었던 기억도...
에어울프라는 미국 드라마를 언제 방영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드라마에서 사막같은 곳에 헬리콥터가 출동하는 기지가 나오는데 그곳이 정말 가보고 싶었었다. 인터넷이 거의 보급되지 않은 시절이라 정보를 찾아보는 건 도서관 밖에 없어서 이리 저리 찾아보니 그 곳이 모뉴멘트 밸리라고 한 걸 본적이 있었다.
네바다에 오니 아리조나가 그리 멀지 않았고 그래서 모뉴멘트 밸리란 이름이 떠올랐고 오게된 곳이다.
모뉴멘트 밸리의 우뚝 솟은 기둥같은 산들은 오랜시간 풍화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고 써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오랜 시간 물이 흘러 계곡이 생기 듯 바람이 불어 만든 돌기둥들...
저 멀리 캘리포니아에서 빌려서 몰고 온 렌트카다. 쉐비 코리스카란 자동차다. 저래 보여도 그 당시에 시속 이백킬로의 속력을 냈던 차로 기억난다.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죽 벋은 10차선길에 지나가는 차 한대가 없어서 밟다보니 속도가 빠른 것 같아 속도계를 봤더니 이백킬로를 넘어서고 있어서 놀래 속도를 줄였던 기억도 난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기둥들의 모습들은 변하지 않았지만 많은 시설들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여긴 나바호 인디언 원주민 보호구역이라 개발이 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사막 어디를 다녀도 건물하나 없다.
여기서 내가 본 건물은 입구에 있던 버거킹 하나, 안쪽에 들어와 지은지 얼마되지 않은 여관 하나, 이게 다였다.
여관 이름은 기억 나지 않는데 이날 저녁 이곳 여관에서 잠을 자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같이 간 사람들이랑 저녁에 심심해서 여관 주인에게 카드를 혹시 팔지 않냐고 물어보자 주인도 심심했는지 자기도 끼워달라고 해서 잠깐 동안 포커를 같이 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지금도 그 여관이 있을런지...
기둥이나 산아래 그늘을 다니다가 깜짝 놀랐었던 기억도 나는 데 사람이 전혀 없을 것 같은데 가끔 인디언들이 그늘 아래서 나타나 직접 만든 장식품들을 팔았다.
모뉴멘트 밸리를 둘러 보는데 하루 종일 걸렸던 것 같다. 이 산에서 저 산으로 이동하고 기둥도 올라 가보고...
도로는 있다가도 없고 해서 그냥 차가 다닐 수 있으면 들어갔었던 것 같다.
미국의 모든 곳을 다 알거나 다녀보진 못 했지만, 나에기는 모뉴멘트 밸리카 미국 최고의 장관인 것 같다.
이후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가끔 맑은 날 미국내륙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 보면 비행기에서 모뉴멘트 벨리가 보여 그 때 보았던 기억들과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아쉬움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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