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를 보러가는 길이 이렇게 멀진 몰랐다. 비행기를 5시간여 타고 내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4시간여 버스를 타고 가야 하롱베이를 갈 수 있다. 하루 종일 비행기에 차에 시달렸더니 지칠대로 지친 것 같다.
하노이 공항에서 내려 지체할 것 도 없이 바로 버스에 올라 하롱베이로 출발했다. 거리는 200km 정도라는데 4시간 좀 안걸린다고 한다. 처음 고속도로 구간 4차선에서도 속도제한이 많아 빨리 달리지 못하는데 중간 쯤 지나니 왕복 2차선도로로 바뀐다. 오토바이나 트럭 등 저속운행차가 앞에 있으면 천천히 따라가다 아슬아슬하게 추월한다. 이러기를 2시간 이상 하면서 가야 하롱베이에 도착한다. 왕복 2차선 구간은 거의 모든 도로가 중앙선이 점선인 추월구간이다.
중간쯤 가다가 읍내가 나오자 어느 집으로 들어가는데 베트남 사람이 운영하는 한식당이라고 한다. 비행과 차량탑승에 지치고 배고픈 와중에 어느 이름 모를 베트남 지역의 식당에서 비빔밥을 만나니 반갑다.
드디어 하롱베이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크라운 호텔...밤에는 괜찮은 호텔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주변을 보니 주변 호텔 중 제일 작고 등급이 좀 떨어지는 호텔이었다. 하긴, 잠만 자느라 호텔의 등급은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호텔 주위는 작은 시골마을의 읍내같다. 상가도 있고 카페도 있고 재래시장도 있다. 시간이 좀 나서 둘러보기엔 아주 좋은 것 같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뭘살땐 처음엔 많이 비싸게 값을 부르지만 흥정을 잘하면 싸게 살 수 있다. 특히 재래시장에 파는 열대과일들은 싸고 맛있다. 재래시장을 둘러보다 갑오징어를 봤는데 신기해서 파시는 분께 말씀드리고 한마리를 들고 만져보고 들어보고도 해보았는데 정말 껍질이 딱딱하다. 결국 오징어가 뿜는 물로 옷을 적시긴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저녁에 하롱베이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고 드디어 배를 타러 부두로 나간다. 호텔에서 5분 정도 가니 부두가 나오는데 매표소가 있고 관광객들을 테우고 나가는 배들이 죽 줄서 정박해있다. 직접 표를 끊지 않아서 코스나 가격 등은 잘 몰랐는데 표를 받으니 베트남 화폐로 9만동이라고 적혀있다. 천원이 2만동 정도되니 5천원 좀 안되는 돈이다. 가격표를 보니 베트남 말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가는 건 코스2번인 것 같은데 4시간정도 배를 타고 하롱베이를 거의 전체 둘러 보는 것 같다. 13만동짜리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종일 코스인 것 같다. 나중에 보니 1박2일, 2박3일 코스도 있다고 한다. 가격은 30~40불 내외인데 배에서 숙박을 하거나 섬안에 있는 호텔에서 숙박하며 하롱베이를 둘러보는 코스라고 한다. 다음에 오면 숙박코스를 한 번 해봐야 겠다.
배에 오르니 1층 실내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2층은 실외인데 의자와 비치베드가 있다.
오늘은 안개가 좀 낀 편이긴 한데 저 멀리 흐릿하게 보였던 하롱베이의 섬들이 다가갈 수록 물위로 솟은 기암절벽들의 윤곽이 뚜렸해지며 드디어 그 장관을 드러낸다.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섬들 사이로 뱃길이 있는데 유람선들이 줄지어 가는 모습도 하롱베이의 운치를 한 것 더해준다.
하부가 물에 의해 침식되어 구멍이 뚤린 작은 섬이 하나 나오자 배에 같이 탄 카메라맨이 나타나 20만동 화폐를 보여주며 화폐의 그림으로 사용된 섬이라며 사진을 하나 찍으란다. DSLR을 든 카메라맨의 모습이 좀 어설프긴 했지만 똑딱이보단 잘 나올 것 같아 사진을 부탁했다. 허걱, 찍은 사진을 보니 엉망이다. 그냥 대충 찍었다. 장당 천원이나 1불이라는데...
나중에 저녁을 먹을 때 알았지만 카메라맨이 인화한 사진을 들고 식당으로 와서 사진을 보여주고 돈을 달라고 했는데 또 다시 허걱...사진을 편집해서 섬과 인물만 나오게 인화를 해 오셨네. 이게 아닌데... 인화해서 식당까지 온 모습에 큰 돈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진을 받았지만 왠만하면 카메라맨의 사진을 찍으면 안될 것 같다.
내가 탄 배는 대부분의 배처럼 돛을 올리지 않았는데 지나가는 한 배는 멋있게 돛을 올리고 바다위를 미끄러져 나가고 있다. 배가 3층으로 되어 있는 이배는 숙박 코스로 어제 자고 지금 나오고 있는 배라고 한다.
두개의 작은 섬이 키스를 하듯 서있는 모습에 키스섬이라는 곳에 오자 안개가 좀 없어졌다 다시 몰려오는 것 같다.
유람선을 타고 하롱베이 깊숙이 들어오면서 여기 저기 수상가옥들이 있다.
하롱베이 유람의 중간기점인 천궁동굴까지 오는 동안 정말 다양한 모습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섬들 사이를 지나왔는데 아직도 끝이 없는 것 같다. 정말 용이 내려와 보석들을 뱉어 내며 만든 섬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맑고 옥 빛깔을 띄는 바다와 그 위에 떠 있는 듯한 수많은 아름다운 섬들...
천궁동굴에 도착해 배에서 내려 동굴입구까지는 몇 분 걸어 올라가야한다. 정보가 없이 오다보니 하롱베이에 동굴관람이 포함되어 있는 줄은 몰랐다. 처음엔 왜 동굴을 가지 의아했는데 동굴입구로 들어가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정말 큰 동굴이다. 섬 전체가 속이 텅비어 동굴을 형성한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동굴의 규모가 크다. 석회동굴이지만 이제 생명력을 다해서 더 이상 종유석 등이 자라나지 않는 죽은 동굴이라 한다.
동굴을 한바퀴 돌고 나와 섬들의 정상 높이에서 내려다 본 하롱베이는 또 다른 절경이다.
다시 배를 타고 이동하기 위해 부두로 오니 부두가에 선상 상점들이 즐비하다. 내가 타는 유람선에 점심이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서 해산물등을 추가로 사서 다양한 해산물들도 맛 볼 수 있다고 한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 지 여기 베트남 사람들도 다금바리란 말을 하며 사라고 한다. 다금바리를 사면 회를 떠서 점심 때 맛 볼 수 있다는데 다금바리라고 파는 생선은 그냥 능성어 과의 한 종이지 다금바리는 아니다.
배를타고 천궁동글을 나오는 데 노를 저어가는 배한척이 아주 인상적이다. 남자는 선두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고, 선미에는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열심히 노를 저으며 가고 있다. 와이프를 얼른 불러 보여 주었더니 이런 경우가 어딨냐며 광분한다. 아마도 남편은 고기를 잡는 일을 하기때문에 노를 젓지 않고 고기 잡는 게 훨씬 힘들 것이라고 말해보지만 과연 그럴까...
천궁동굴에서 조금 나와 소형 모터보트를 타는 와와섬 선착장에 도착했다. 모터보트를 타면 큰 배가 갈 수 없는 항루원이라는 섬으로 둘러싸여진 호수같은 곳으로 이동해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불한 코스 요금과 별도로 모터보트를 타려면 추가요금을 내야하는데 개인적으로 가면 반값정도면 탈 수 있다고 한다. 단체로 가다보니 인당 30달러의 조금은 비싼 요금을 내고 모터보트를 타고 항루원으로 향했다.
스피트보트에 오르자 바람과 물살을 가르며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배가 출발했다. 시원하게 5분여를 달리니 또 다른 선착장에 도착했다. 항루원 입구 선착장인데 항루원에 들어가려면 동력배로 들어갈 수 없어서 노젓는 배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갈아탄다고 한다. 저멀리 바위밑 동굴같은 곳에서 배가 한대 유유히 흘러 나오는데 그 곳이 아마 입구인 것 같다.
노젓는 배로 갈아타고 동굴안으로 들어가니 산으로 둘러싸여진 고요한 호수같은 바다가 나온다. 배가 한 쪽 모퉁이로 다가가니 원숭이들이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듯 다가와 뭘 달라는 표정이다. 바나나와 과자를 싫은 배가 다가와 원숭이에게 줄 음식을 판다. 물어보니 산에 먹을 것이 많지만 사람들이 던져주는 음식에 익숙해져 산에서 음식을 따먹지 않고 이곳에 내려와 관광객들만 쳐다고고 있다고 한다. 구경도 좋지만 외부 관광객들이 이 곳 생태계까지 망치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
원숭이를 잠깐 보고 나니 항루원 한바퀴를 도는 줄 알았는데 다시 뱃머리를 돌려 동굴입구로 빠져 나간다. 원숭이 보러 온건가... 다시 모터보트를 타고 와와섬 선착장으로 돌아와 타고왔던 유람선으로 옮겨탔다.
이제 티톱섬이라는 곳으로 가서 망루에 올라 하롱베이를 조망한다고 한다. 티톱섬으로 가는 도중 사람의 얼굴을 닮은 섬이 나온다. 다양한 모양과 이름을 가진 섬들이 많아서 모두 외우거나 알지 못하지만 이섬만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천궁동굴로 들어오며 지나쳤던 망루가 있던 그 섬이 티톱섬이었다. 인공해변을 만들어 사람들이 해수욕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오늘은 메이코전자라는 회사에서 야유회를 하고 있어서 섬의 인공해변이 붐볐다. 특이한 건 이곳 베트남 사람들도 줄다리기를 하며 야유회를 한다.
티톱섬의 망루까지 500개의 계단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올라가는 입구에 노약자들은 올라가지 말 것을 알리는 주의표지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티톱섬 망루에서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봐도 하롱베이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롱베이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티톱섬 망루 조망까지 하고 내려오니 이제 점심을 먹으며 돌아간다고 한다. 해산물이나 짝퉁 다금바리를 사지 않아 점심이 엉망일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게 점심식사가 나왔다. 물론 내 기준으로...
이렇게 선상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하롱베이 선착장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뱃길은 아쉽지만 들어온 뱃길이 아니라 섬들 바깥쪽으로 좀 떨어져 운행을 한다. 먼 발치에서 실루엣 같은 하롱베이의 모습을 보며 아쉽지만 돌아왔다.
이렇게 3시도 되지 않아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할 게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왔으면 종일권을 끊었을 텐데...아니면 숙박코스로.. 라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어쩔 수 없지뭐... 호텔로 돌아가 다시 호텔 주변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하고 재래시장도 둘러보고 주변 마을 한 바퀴 돌아보니 어느 덧 노을이 진다. 하롱베이나 호텔 주변은 너무 이상하거나 음침한 곳이 아니면 그리 위험하지 않은 지역이라 그냥 돌아다니기가 힘들지 않다.
주변을 돌아보며 특이한 것 중 하나는 베트남의 주택이다. 전면에서 보면 폭 4m정도의 넓이와 10여미터 정도 되는 깊이를 가지는 3~4층의 길다란 건물을 대부분 짓고 산다. 건물안에는 4층까지 휘감아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각 층마다 방들이 있다. 호텔 주변 마을에서 6층으로 지어 놓은 건물도 보았다. 확장하고 싶을 땐 중앙 기둥이 없는 관계로 그냥 옆에 비슷한 걸 하나 더 짓는 다고 한다. 좁고 긴집...특이하다.
이렇게 하롱베이에서의 밤이 저물고 내일은 하노이로 나갈 예정이다. 밤에 여기 저기 구경하며 마사지도 좀 받고 하롱베이를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달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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