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 여정 시작 (성판악 입구 - 사라오름 - 진달래대피소 - 백록담 - 대정)
6시반..동이텄다. 함덕해변엔 구름이 조금 꼈다. 한라산 방향에는 구름이 보이지 않는다.
5일을 기다린 6일째 드디어 백록담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밥을 간단히 먹고 등산 장비를 챙겨 성판악 입구로 향했다.
성판악 입구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방금 다 찼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주차장 바로 앞 5.16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배낭을 들었다.
[성판악 입구]
성판악 입구...구름한 점 없는 맑은 날씨. 아이젠을 신발에 끼우고 오리털내피가 있는 등산복을 입고 출발...
과연 백록담까지 갈 수 있을까?
4km 지점까지 그냥 산책길 같은 길을 조금 걸은 기분인데 벌써 땀이난다. 오리털 내피를 벗어 배낭에 집어 넣고 다시 출발.
[사라오름입구]
한참을 걸어온 것 같은데 이제 해발 800m다. 정상이 1980이었던가? 한참 남았지만, 아직 상쾌한 기분이다.
눈이 많이 오긴 왔다보다. 길을 걷다 보니 주변에 눈이 녹거나 쌓이지 않은 곳이 있는데 깊이를 들여다 보니 1m는 훨씬 넘어 보인다. 눈이 많이 녹은 걸 감안하면 2m 이상 쌓였을 것 같다.
시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정상이 목표이니 사라오름은 내려오며 여력(?)이 있으면 둘러보기로 하고 지나치기로 했다.
중간 중간 눈에 묻히기도 했지만 물건 등을 수송할 수 있는 모노레일이 보인다. 아래쪽에서는 눈덮인 레일의 눈을 제거하고 일부 보수공사를 시작했다.
아이젠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면 올라가지 못할 뻔 했다.
눈이 아래쪽엔 없고 정상부근만 있는 줄 알고 아이젠을 가져오긴 했지만 성판악 입구부터 아이젠이 없으면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아직 눈이 많고 미끄럽다.
진달래 대피소까지 이제 700미터. 이제 등산하는 것 같은 느낌이 좀 든다. 길이 가파르기 시작한다.
[진달래대피소]
10시가 아직 안되었는데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했다. 그렇게 빨리 올라 온 것 같지 않은데 2시간 좀 더 걸린 것 같다.
진달래 대피소에 12시까지 오지 못하면 정상에 못 올라 간다고 해서 서둘렀는데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었나 보다.
다들 여기서 컵라면을 먹느라 정신이 없다. 근데 아침도 먹은지 이제 3시간도 안되어 배가 고프지도 않아 그냥 올라가기로 했다. 혹시 빨리 내려오게되면 내려오면서 한그릇 하기로 했다. 진달래 대피소 부터 정상까진 화장실이 없다고 하니 화장실에 들렀다 바로 출발.
진달래 대피소 통제소를 통과하니 바로 오르막 산길이 나온다.
정상이 그리 멀리 보이지는 않는데... 저 멀리 정상부근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사람들도 보인다.
아직 나무숲 구간인데 잠깐 뒤를 돌아보니 사라오름이 저 아래로 보인다. 구름이 없었는데 서귀포쪽에서 구름이 몰려든다.
더 가까워진 정상.. 그렇게 힘들진 않지만 땀이 엄청나게 나기 시작한다. 구름한점 없는 한라산 정상.
[정상부근]
나무숲구간을 벗어나자 구름이 아래에서 몰려드는 듯 하다. 구름과 함께 정상부근에서 같이 걸어가는 듯하다.
서귀포쪽에서 몰려드는 구름들이 정상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내 발아래서 머문다.
드디어 1900m. 마지막 정상에 오르기 위한 계단길...
[백록담]
정상은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계단 길을 오르는 게 이렇게 힘들줄이야. 중간 중간 쉬어가며 드디어 밟은 정상.
진달래 대피소를 떠난 지 1시간 반 정도가 지나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예전 기억과 마찬가지로 백록담엔 물이 없다. 분화구가 만든 자연의 성벽을 하얀 눈이 옷을 입히듯 덮었다.
관음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늘은 성판악으로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다음에 오를 땐 관음사길로 올라봐야 겠다.
한라산에서 커피한잔과 초코바 하나를 까먹고 백록담 주변 경관과 백록담에 올랐다는 자아도취에 빠져 한참을 있었다. 12시 반이 좀 넘어 이제 하산하기로 했다. 1시 반까지는 모두 내려가야한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은 아침과 다르게 눈이 녹아 더 미끄럽다. 10km 가까운 길을 내려오다 보니 어떻게 올라갔나 의문이 든다.
다시 도착한 성판악 입구...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는게 그냥 뿌듯했다.
8일동안 일정을 잡고 왔는데 계속 날씨가 흐려 한라산 등반이 어려워 보였는데 기다린 보람으로 구름한점 없는 정상을 밟았다. 일년에 이런 날이 몇일 없을텐데... 올해엔 운이 좀 따르려나....
성판악 입구에 세워둔 차를 끌고 5.16도로를 따라 서귀포로 내려와 다시 대정으로 갔다.
내일은 대정과 중문 부근을 둘러보려고 한다.
[대정-모슬포]
대정에 있는 숙소에 우선 짐을 풀고 모슬포항으로 나왔다.
옥돔식당에서 보말칼국수를 먹으려 했는데 오후 4시가 넘어 갔더니 벌써 문을 닫았다. 헉..저녁 장사는 아예 안하시남...
내일 아침에 먹기로 하고 모슬포항으로 나와 뭘먹을까 하는데 아직까지 방어를 맛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방어회를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아보니 부두식당이란 곳이 괜찮다고 해서 들어갔다.
방어회와 지리까지 3만 5천원... 회는 부드러운 꿀맛이고 지리는 고소하며 시원하다. 와이프는 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방어회를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한다. 근데 정말 맛있다. 계속 먹을 수는 없지만 철에 한번 쯤은 꼭 먹어야 겠다.
모슬포 항을 돌아 5일장 뒤의 주차장으로 가니 일몰이 예술이다.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못 본걸 아는지 오늘은 석양까지 덤으로 보게되나보다.
석양을 배경으로 인기척을 느낀 갈매기 두마리가 익숙하게 접근한다. 뭔가 사람에게서 받아 먹어 본적이 있나보다. 아무 것도 주지 않으니 잠시 머물다 날아간다. 석양을 배경으로....
이렇게 이번여행의 최대 목표였던 한라산 등반을 무사히 잘 마쳤다. 내일은 몸 이 곳 저 곳이 쑤실 것 같은데...가볍게 구경할 수 있는 일정으로 움직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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