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이 좀 나서 한려수도를 한바퀴 돌아보러 내려갔다. 한려수도...한산도에서 여수까지의 물길이라...
거제, 통영에서 여수까지 만...그것도 휙 둘러보러 갔다.
해남, 진도, 완도, 목포까지 주욱 갔으면 했지만 이 모든 곳을 전부 맛보며 멋보며 다니려면 한달은 족히 걸릴 것 같다.
거제로 들어왔는데 늦게 출발해서 그런 지 오후 늦게 도착했다. 작년 언젠가 거제도를 한참 훑고 다녀서인지 그냥 통영으로 가서 자고 둘러보자고 한다.
해금강의 십자동굴을 지척에 두고 가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통영으로 방향을 틀었다.
[통영]
저녁에 통영 도착했다. 통영항 중앙시장에 들렀는데 벌써 파하는 분위기다. 장구경을 하며 이것 저것 군것질 하다보니 밤도 깊고 배도 불렀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북통영 이마트 근처에 멋진 펜션과 모텔이 많다고 해서 거기서 숙소를 정했다. 겨울 비수기라 그런지 방값이 생각보다는 아주싸다. 몇 군데를 물어보다 어느 집에서 3만원에 자고 가라고 해서 짐을 풀었다.
푹자고 아침에 일어나 씻고 나왔다. 다시 중앙시장으로 왔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충무김밥집 몇 곳만 문을 열었다. 통영 과거 충무라 불리던 곳이다. 이 곳에서 충무김밥을 사먹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너무 비싸다. 근데 요즘은 통영말고 다른 지역에서 먹는 충무김밥이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식당을 찾다 시장 끝으로 가니 대풍관이 문을 열었다. 1박2일에 나와서 좀 유명해진 식당이다. 나도 바지락비빔밥을 한 번 먹어보려 들어가 주문을 하니 안된다고 한다. 너무 일찍 왔나보다. 아침에 되는 건 굴국밥 뿐이란다. 그래도 이건 좀... 굴철이니 그냥 먹으려고 굴국밥을 주문했다. 한상 죽 펴서 나온다. 어디서든지 제철음식은 맛있는 것 같다.
근데 거의 다 먹을 무렵 다른 손님들이 들어와 앉아서 바지락비빔밥을 주문하니 주문을 받는다. 30분만 늦게 올 걸 그랬나? 바지락을 먹지 못해 입맛을 다시며 식당을 나왔다.
언덕위로 동피랑 마을이 보인다. 소화도 시킬겸 걸어 올라가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올라가니 통영의 강구안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마을의 담벼락에 있는 아기자기했던 벽화들은 처음보다는 감흥이 줄었다. 추운 아침인데도 카메라를 들고 삼삼오오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는 무슨 촬영장인 것 같은데 못 들어가게 골목입구를 막아 놓았다. 참 멋진 곳에서 촬영을 하는 것 같다. 그래야 시청자들은 멋진 풍광을 간접으로나마 감상하지 않나 싶다.
저 멀리 시내쪽으로 충렬사가 보인다.
이번 여행은 한려수도 휙 둘러보기가 컨셉이라 강구안 앞의 조각공원은 가지 않기로 했다.
아침에 조각공원을 한바퀴 돌며 산책하는 건 정말 좋다. 와이프가 조각공원 산책로를 걸어보더니 통영으로 이사오자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통영에 왔으니 미륵산을 들르지 않을 수 없다. 통영 앞바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10여분 걸어가면 정상에 갈 수 있다.
아침의 한려수도 바다가 눈부시다.
케이블카를 타려면 예약해야한다고 하는데 한가할 때만 와서 그런지 한번도 예약해본 적이 없다. 그냥 와서 표를 사서 탔다. 오늘도 사람이 조금 있긴한데 많지 않아서 그냥 표를 사서 케이블카를 탔다.
따뜻할때 와서 미륵산을 한번 걸어 올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 앞에 한산도가 보인다. 이번엔 섬기행이 아니니 한산도에 가지는 않지만 기념탑위의 전망이 눈에 아른 거린다. 언제봐도 정말 멋있고 아름다운 바다다.
좀 있다 통영을 돌아 남해로 갈 건데 아래 보이는 박경리 기념관과 달아공원도 잠시 들렀다 가야겠다.
산길로 내려오다 보니 산악자전거를 타시는 분들이 있다. 자전거는 아니더라도 다음엔 정말 꼭 산길로 올라와 보고 싶다.
내려가려고 케이블카를 타러 왔다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에 눈이 부시다.
미륵산에서 내려와 박경리 생가에 잠시 들렀다. 잠시 나도 이런 평화롭고 아늑한 곳에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보는 상상을 해본다.
박경리 기념관을 나와 섬의 끝으로 가다보니 달아공원이 나온다. 달아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저 끝 너머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전망대에 다다르자 옹기종기 모여 솟아 있는 작은 섬들과 푸른바다와 하늘이 펼쳐진다. 햇살에 눈이 부신 건지 미려한 풍경에 눈이 부신 건지 모르겠다.
[남해]
통영에서 나와 고성으로 삼천포로 돌아 남해로 접어들었다. 저 멀리 건너온 삼천포대교가 보인다. 통영의 달아공원에서 위섬/아랫섬 넘어 보이던 남해인데 배를 타고 남해로 들어오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보인다.
남해에 들어와 첫번째 섬인 창신도의 해안길로 돌다보니 세심사라는 작은 절이 나온다. 공룡발자국화석 발견지라 써 있어서 잠시 들러 보기로 했다. 작은 대웅전, 그리고 절을 지키는 삽살개 한마리가 눈에 띈다.
지금이 물때가 밀물인가 보다. 썰물때엔 가볼 수 있는 돌탑이 물에 잠겨있다.
세심사 안쪽으로 해안길이 있는데 여기에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다고 한다.
밀물때라 그런지 물에 잠겨 가기가 쉽지 않은데다 대부분의 화석들이 물에 잠긴듯 하다.
공룡발자국 화석지라는 입간판 아래에 크게 파인 곳이 있다. 공룡발자국인가 보다. 해안길에 세발가락으로 찍혀있는 발자국도 간간이 보인다. 물이 빠지고 있는 것 같다. 화석지에 앉아서 보온병에 넣어간 차한잔을 하며 잠깐 바다를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절앞에 작은 돌탑을 쌓아 놓았는데 특이하다. 물속에 잠긴 큰 돌탑이 있었는데 작은 돌탑이 여러개 있으니 앙증 맞아 보인다.
남해의 해안길을 따라 계속 차를 달리다 보니 산과 바다의 풍경들이 계속 변하며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해안도로를 달려오다 보니 벌써 상주해수욕장이다.
아주 오래전 상주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남해에 들어와서 험한 비포장의 산길을 몇시간을 넘고 넘어 상주에 왔던 기억이 난다. 드넓은 은빛 모래사장에서 텐트를 치고 휴가를 보냈던 기억....
지금은 남해 상주에 오는 길이 그렇게 험하지도 않고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 것 같다. 근데 그 옛날의 울퉁불퉁하던 산길이 그리운건 왜인지...
상주해수욕장의 좋았던 다른 기억은 물이 깊지 않고 따뜻해던 것이다. 썰물때 물이 빠지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이 빠져 한참을 걸어 나가도 모래사장이 이어졌었는데...
이번 여름엔 상주로 피서를 오는 게 어떨까 생각해본다.
상주해수욕장 뒤로 기암들이 펼쳐져 있는 산이 있는데 이름이 금산이다.
올라가 보고 싶은데 이번 기행은 휙 둘러보기니깐 다음에 와서 등산해 보기로 했다.
금산에 오르면 산의 절경과 남해의 바다도 함께 볼 수 있을 것 같다.
남해 들어오며 독일마을의 휘 돌아 나왔었는데, 상주까지 내려오니 미국마을이 나온다. 그냥 전원주택 몇 개 지어진 마을인데... 몇 년뒤엔 여러국가의 다른마을들이 생길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든다. 아름답고 멋진 곳이니 누구나 와서 살고 싶긴하겠지만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해치며 들어서질 않길 바랄뿐이다.
남해의 서남쪽 끝으로 오니 가천마을이 나온다. 다랑이논(산비탈을 깍아 만든 계단식논)으로 유명한 곳이다. 가천마을 지나 절벽에서 바라보니 마을은 한가로워 보인다. 하지만 저 논을 만들고 경작하기 위해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그리 한가로이만은 보이지 않는다.
마을이 유명해져서일까? 여기 저기 펜션같은 건물들이 논을 갈아 엎고 지어지는 것 같아 보인다.
남해의 한려수도 절경을 눈에 담으며 오다보니 벌써 남해를 나가는 관문인 남해대교가 나온다.
예전 교과서에 나오던 그 다리...당시 국내 최대의 현수교라던... 한때 한국의 금문교로 불렸던 그 다리다.
금문교의 매력에 빠져 있다보니 벌써 해가 넘어간다. 빨리가면 어두워지기 전에 여수에 들어갈 것 같다.
오늘은 여수로 들어가 자고 내일은 여수를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여수]
복잡한 여수시내를 지나 오동도에 도착했다. 여수 엑스포 준비에 한참이다.
오동도 입구 바로 앞에 박람회 호텔을 짓고 있다. 나머지 전시관 시설 등은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박람회 기간에 꼭 와바야 할텐데...
전망대에 올랐는데 절벽에 호텔을 짓느라 길이 좋지 않다. 근데 호텔 공사가 중지되었다고 한다. 뭔가 문제가 있나보다. 이렇게 멋진 곳에 호텔을 꼭 지어야 했을까....
해는 지고 배는 고프고 뭘 먹을까 고민이다. 여수는 어디에서 먹어도 맛있는 것 같다.
돌게가 맛있다고 유명한 시내의 황소식당으로 갔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단다. 아니나 다를까 갔더니 앉을 자리가 없다. 운이 좋았는지 도착하자마자 자리가 생겨 바로 먹을 수 있었다. 내 뒤로 오신 분들은 거의 30분 이상 기다린 것 같은데...
돌게로 만든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나온다. 맵지만 않았다면 먹느라 일어나지 못했을 정도로 맛있다. 역시 남도 음식이 맛있는 건가? 배가 고파서 더욱 식욕이 자극되긴 했지만....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근데 너무 매워서 입이 아프다.
밥을 먹고 돌산도에 들어가 숙박을 하기 위해 출발했다. 돌산대교를 넘자 "전망 좋은 곳"(돌산공원) 이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고민할 것 없이 돌산공원으로 들어갔다. 돌산공원에 오르니 방금 건너온 돌산대교와 여수시내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돌산대교 기념탑 주위에 야경을 즐기러 온 연인들이 여러쌍 보인다. 여수의 밤을 만끽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인가 보다.
돌산도로 들어와 방을 잡았다. 잘려고 누우니 오늘 눈에 담은 남해의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오래 오래 기억에 남기를....
아침에 일어나 향일암으로 향했다. 날이 좋은 줄 알았으면 일출을 보러 나올 걸 그랬나보다. 남해 최고의 일출명소를 너무 우습게 봐서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조금 늦게 나왔더니 이른 아침인데도 해가 중천이다.
구조물을 뒤로 산위에 향일암이 보인다.
향일암 입구에서 표를 끊고 계단길로 올라가기로 했다. 15분 정도면 향일암에 오를 수 있다.
계단길이 좀 힘들면 뒤로 차들이 다닐 수 있는 산길이 있다. 내려올 땐 그길로 내려 왔는데 좀 돌아가긴 해도 그 길이 좀 덜 힘든 것 같다.
나이가 드는 건지 이번에 향일암에 오르면서 바위틈 길이나 바위들이 쌓인 아래로 굴처럼 나있는 길이 많은데 저 바위들이 혹시 무너져 내리진 않을까 불안한 느낌이 약간 든다. 그 오랜 세월을 비바람속에서 만들어지고 다져진 길들인데....
아침에 법당마다 불경을 드리고 있다.
조심 조심 법당 주위를 돌며 저 멀리 햇살에 반짝이는 눈부시는 바다를 바라보니 탄식이 절로 나온다.
동굴길 같은 곳을 돌아 올라오니 넓고 평평한 바위가 하나 나온다. 뭐라고 써 놓았는데 자세히 보니 "원효스님 좌선대" 라고 써있다. 원효대사가 이 곳에 앉아서 참선과 수행을 하시던 곳이라고 한다. 근데 자리가 너무 멋진 자리다. 나도 한 번 가서 앉아보고 싶은데 내려갈 수는 없다고 한다.
암자 한켠에 사랑나무(연리근)이 있다.
향일암에서 내려다 보면 거북이목이 보인다. 향일암 안에 건물 주변에 둘러 놓은 울타리 위에 작은 장식들이 거북이였는데 아래 보이는 거북이목을 형상화한 것인가 보다.
암자의 단청색깔과 파란 하늘이 조화롭다.
돌아 내려가는 길에도 역시 바위들이 만든 터널길이 있다.
암자 출구에 약수터가 있는데 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뱉고 있는 것 같은 긴 용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용이 뿜는 약수를 한 모금 마시고 계단길 대신 산길로 돌아 내려왔다.
돌산도를 돌아 나오다 보니 여수 반대쪽 섬인 백야도를 잇는 연륙교 공사가 한창이다. 앞으로 연륙교가 놓이면 돌산도에서 백야도로 이어지는 멋진 다리길이 생겨 한려수도에 차로 다니면 볼 수 있는 새로운 경치가 생길 것 같다.
오늘은 다리가 없으니 여수시내까지 올라가서 다시 백야도로 내려와야겠다.
여수 해안도를 돌다보니 어느새 백야대교를 넘어 백야도로 들어왔다.
백야대교 아래 신기하게 생긴 물고기상이 물위를 뛰어 오르는 듯한 형상으로 놓여있다.
백야도에 들어와 백야등대를 한바퀴 돌며 여수에서의 마지막 절경을 눈에 담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머리속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얼른 다시 돌아와야 겠다.
이렇게 여수에서 한려수도 휙 둘러보기를 마무리하기위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푸른 바다의 아름다운 섬모습들을 하나 하나 떠올려 보고, 다음 번에 가보기로 했던 곳 걸어보기로 했던 곳들을 생각해보며 오다보니 어느 새 집앞에 도착했다. 다음 가기 전까지 많이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기다려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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